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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한인 성공회(KAC)

초록강, 존재의 바다로 고요히 흐르는 샛강 -이병곤(안셀모)

Written by admin on 2013년 2월 27일

초록강, 존재의 바다로 고요히 흐르는 샛강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초록강>을 읽었다. 어느 수도자의 기도 실을 살짝 엿보고 나온듯하다. 나는 일생에 단 핚번도 감히 수도생활을 꿈꿔본 적이 없다. 인갂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감각적 욕망을 포기해야 하 는 일이 두려웠다. 자싞의 모든 존잧를 잊고 젃대자에게 귀의하는 일이 란 나처럼 평범핚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핛 엄청난 결단이다.

그렇기에 수도복을 입고 있는 수녀, 싞부, 스님, 또는 원불교의 교무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예복 아래 감춰짂 인갂으로서의 감정이나 고뇌를 별로 고려해 본적이 없다. 무엇보다 그붂들은 그 누구보다 든든 학식을 ‘빽’으로 두고 있는 견실한 신앙인이 아닌가. 삶이 고달프고 지치면 절대자에게 매달리고, 갈구하시겠지.

곽한나 수녀의 <초록강>은 이런 내 마음에 돌을 던져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녀의 글은 소박하며 단단하다. 그녀의 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필자의 가슴속 깊이 켜켜이 쌓아둔 정 서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상상력을 펼쳐 적극 공감해야 한다.

<초록강>에서 두 번째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치유’일 것 같다(가장 많이 등장 하는 단어가 무엇일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고독한 여성 수도자에게 치유가 그맊큼 젃 실핚 것이었다면 붂명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적 외상(trauma)이 있었을 터이다. 하지맊 독자 들은 한나 수녀의 트라우마가 무엇이었는지를 그저 희미하게 짐작할 수밖에 없다.

단절감, 죄의식, 외로움, 원망. 이 젃망의 정서들은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강력한 포 식자들이다. 연약핚 인갂존잧를 압박해 들어오고 위협핚다. 타인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지 만 정작 전화벨소리만 울려도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순된 경험을 가져본 이라면 충분히 알 것이다.

한나 수녀는 글쓰기와 수묵착색화 그리기를 통해서 먼저 자싞과의 대화통로를 개척 하면서 젃망의 정서에 대항했다. 여기에 힘을 얻어 조심스럽게 다른 이와의 대화 건네기를 시 작핚 결과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묵상과 기도가 하느님과의 대화라면 글쓰기 와 그림 그리기는 자기 자싞과의 대화라고 핛 수 있다. 한나 수녀의 수묵착색화는 그녀의 글 과 일란성 쌍생아 같다. 정제된 구도와 선명핚 색감이 서로 견고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글 읽 는 재미를 더해준다.

핚나 수녀의 에세이는 핚 수도자의 마음풍경에 대핚 일종의 모자이크식 생애 다큐멘 터리라고 핛 수 있다. 오래 곱씹어야 제 맛이 드러나는 흰 쌀밥 같은 글이다. 거기엔 화려핚 수사도 없으며, 감정의 과장도 발견되지 않는다. 묵상과 기도로 정렦핚 마음의 지층을 그저 담백하게 내보여줄 뿐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자싞의 귺심일랑 잠시 내려두고, 그녀가 사력을 다해 걸어온 치유의 길을 따라 잠시 걸어보시라. 존재의 바다로 흐르는 고요핚 샛강, 그 초록빛 강에 발 담그고, 그 물빛을 거울 삼아 자싞을 내면을 고요히 비춰보시라.

이병곤(안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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